이번 달(8월)부터 뉴욕시에서는 활어(活魚)로 만든 생선회나 초밥을 먹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생선살에 있을 수 있는 기생충이나 세균이 7시간 이상 냉동해두면 열을 가한 것과 같은 살균효과가 있기에 불에 익히지 않거나, 살짝 익히는 생선요리는 무조건 냉동 생선만 사용하도록 강제한다 합니다.

문제는, 일본식당보다는 한국교민들이 하는 활어식당이 더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유독 살아있는 상태의 생선회를 즐기는 한국인의 식성 때문에 숙성하거나 냉동생선을 사용하지 않았기에 매출감소는 물론 냉동고를 따로 장만해야 하는 등 시설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합니다. 일본인의 레스토랑은 원래부터 참치의 특수부위와 같은 몇몇 활어를 제외하곤 대부분 냉동생선을 사용해 왔기에, 이번 뉴욕시의 조치가 그다지 새삼스러울 것도, 부담이 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활어 회나 초밥에 고추냉이를 곁들여 먹는 우리 식문화는 바로 이 문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학명이 와사비아인 고추냉이가 내는 방향물질에는 지구의 식물군(植物群)중에서 가장 강력한 살균력을 갖고 있습니다. 초밥을 먹을 때, 톡 쏘는 자극적인 냄새가 그것인데, 이 정체는「이소치오시안산아릴」이라는 식물 방향오일입니다. 이 와사비아 오일은 화학소독제인 페놀의 약 100배의 살균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생선회에 곁들여 먹던 와사비가 활어에 감염되었거나 조리과정에서 오염되는 대장균을 비롯한 각종 세균을 살균해주는 역할을 해왔던 것입니다.

청량한 계곡과 숲의 향기를 품은 듯한 특유의 풍미를 지닌 고추냉이는 깊은 산중에서만 재배되는 식물입니다. 깨끗한 계류와 풍부한 삼림, 여름에도 차가운 물이 잘 흐르는 양질의 토양에서 자란 고추냉이의 뿌리에는, 세균이나 곰팡이의 번식을 막고, 세균으로 인한 악취를 「기화(휘발화)」 시키는 독특한 물질이 축적되어 있습니다.

벌레를 레몬 껍질과 함께 작은 병에 넣어 두면 짧은 시간 내에 죽는데, 고추냉이 와사비아를 사용할 경우는 더욱 극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몸을 잘라도 다시 재생하는 선충이나 염화수에 담가두어도 끄떡없던 해충을 한 번에 해치웁니다. 장미 냄새인 게라니올은 페놀의 7배, 사향초의 케몰은 20배, 와사비아의 이소치오시안산아릴은 100배의 살균 작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화학약품을 사용해 왔지만, 우리 주변에는 안전하면서 보다 효력이 높은 천연 자연물이 갖춰져 있는 것입니다. 신료나 꽃향기가 좋다고 느끼는 것은 사람과 식물 사이에 “친화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식물의 방향오일과 친화성이 병원균이나 곰팡이류는 향신료의 적발물질이나 초엽 향에 의해 세포가 파괴되어 버립니다.

사람이 좋은 냄새라고 느끼는 장미향은 미균이나 해충에게 있어서는「나쁜 냄새」는 커녕 맹독인 것입니다. 이렇게 「나쁜 냄새」와 「좋은 냄새」의 차이는 체내에 그 냄새의 성분을 분해하는 호르몬이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에 있습니다.

모든 냄새는 높은 “휘발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 휘발유는 세포막에 붙어서 지방분을 녹입니다. 사람이 식물의 방향오일을 「좋은 냄새」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것을 중화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그 능력을 갖고 있지 않은 세균이나 곰팡이는 식물의 방향오일에 잠시도 버티지 못합니다.

“잔향”이라고 하는 단어가 있듯이 「좋은 냄새」는 곧 사라져 버립니다. 이때 나쁜 냄새 분자를 흡착해서 함께 분해됩니다. 휘발성이 높은 식물의 방향오일은 CO2 등의 원소로 분해되어 단시간에 공기 중으로 되돌아가는데, 이때 악취 분자를 동반하게 됩니다. 초밥 집에 들어가면 공기가 매우 깨끗한 것은 고추냉이 와사비아오일이 어패나 초의 비린내를 흡착해서 함께 공기 중으로 되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염소 등의 화학물질은 목표가 되는 모든 것을 파괴해 버립니다. 하지만 고추냉이 와사비아와 같은 방향오일은 부패균이나 악취만을 공격합니다. 이것은 자연물만이 가지고 있는「선택적 기능」이라고 불리는 특성입니다. 비린내를 없애는 고추냉이 와사비아(와사비)가 식품의 “좋은 맛” 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 그 때문입니다.

와사비아에는 해독작용,항산화작용,혈류개선,세포전이억제,염증억제효과등도 뛰어난 것으로 학계에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효능에 관해서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뉴욕의 일식당들이 냉동생선만을 스시나 회에 사용한다 하더라도 위생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습니다. 예로부터 생선회에 고추냉이를 곁들여 식중독과 감염을 예방해 왔던 우리의 식문화가 진가를 발휘할 때입니다. 식감을 살리고 각종 유해한 균을 제어할 뿐만 아니라 노화도 막아주는 천연 식재료를 한인식당이 활어와 함께 제공해 왔다는 사실을 과학적 근거와 함께 뉴요커들에게 잘 홍보한다면, 위기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