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연료 불완전연소 탓 … 유독물질이 호흡기 질환 일으켜
장작·나뭇잎·거름 땔감으로 쓰는 저소득 가정에 피해 집중

아시아와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의 빈곤가정에서는 장작과 나뭇잎, 거름 등 재래연료를 요리와 난방에 사용해 매년 150만 명을 넘는 여성들이 유독연기 흡입으로 죽어간다고 파키스탄 일간 ‘돈(dawn)’이 4일 보도했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의 존 미첼 조정관은 지난 12월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에서 열린 ‘2006 공기의 질 개선을 위한 국제회의’에서 재래연료를 태워 요리와 난방을 하는 인구는 전 세계 약 30억 명에 이르고 2020년이면 그 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중 매년 160만 명 이상이 실내 연기를 들이마셔 사망하는데 피해자는 주로 여성과 어린이다. 이는 실외공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두 배나 많은 수치이다.
회의에 참석했던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커크 스미스 공중 보건학 교수는 실내 공기오염으로 인한 호흡기 질환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스)이나 조류독감보다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2004 세계 에너지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에서 소비되는 에너지 중 9.3%가 바이오매스나 재래연료이다. 이것들은 완전히 타지 않기 때문에, 즉 연소효율이 100%가 되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하다. 불완전 연소로 인한 대표적 유해 오염물질에는 일산화탄소와 이산화질소, 탄화수소와 때로는 염소도 포함돼 있다.
스미스 교수는 나무를 태워 음식을 만드는 인도 전통 부엌은 유독성 폐기물 공장이라고 지적했으며 전형적인 바이오매스를 사용하는 부엌은 탄소의 6~20%를 유독성 물질로 전환시킨다고 말했다.
2002년 세계보건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실내연기는 세계 질병위험 요인 중 10위이다. 인도의 경우는 그보다 훨씬 높은 3위를 차지했다.
실내 공기오염은 여러 분야에 걸친 문제이다. 나무를 연료로 사용하는 데서 삼림벌채와 사막화를 야기하고 온실가스 배출과 기후변화에도 연관이 있다. 또한 실내연기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여성의 건강을 해치고 아이들의 호흡기 문제를 일으키는 성 문제(gender issue)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실내 공기오염을 간과하고 있다. 스미스 교수는 구체적인 질병 형태와의 연관성이나 정확한 노출 수준을 파악하는 방법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과테말라에서는 장작을 사용하며, 임신여성이나 4개월 이하의 아이가 있는 530가구를 대상으로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데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굴뚝이 없는 가구의 아이들이 있는 가구의 아이들보다 심각한 호흡기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미스 교수는 굴뚝만 부엌에 연결돼 있어도 오염을 90%까지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포가티 국제센터(Fogarty International Center)의 후원으로 인도 네 지역에서는 장작, 숯, 석탄, 연탄 등 고체연료로부터 나오는 실내연기에 노출되면 결핵을 악화시키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 말 완성된 연구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박수현 리포터 snowin21@hanmail.net